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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일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일을 사람에 맞춰야 한다.”

기사승인 2018.04.23  06: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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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와 상관없이 대등한 일터 일본의 ‘사회적사업소’

■ 공동기획: 장애와 상관없이 함께하는 일터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도록, 그래서 서울 시민의 삶이 더 다채롭고 풍성해지도록 돕기 위해 2013년 1월 23일 설립된 민관 거버넌스 기관이다. 서울시와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사회적경제로의 정책 통합 및 지속가능한 기반 조성을 위한 민관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사회적경제 현장 및 민간 지원 조직들의 허브,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설립했다.

S. Economy는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의 공동기획을 통해 사회적경제의 이슈와 변화, 주요 정책 등을 살펴본다. 이번 호 공동기획 주제는 ‘장애와 상관없이 함께하는 일터’다. 장애가 있든 없든 우리가 원하는 건 지원이 아닌 자립 그리고 노동을 통한 사회 참여다. 하지만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이 일자리를 구하는 건 여전히 매우 어렵다. 연대와 협력 그리고 개개인의 특성에 대한 인정 속에서 이 문제를 풀어갈 순 없을까? 2017년 12월 1일(금)과 2일(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리드릭,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공동 주최로 열린 「제7회 한일사회적기업 국제심포지엄」은 어찌 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자리였다. 이번 공동기획에서는 국제심포지엄에서 나온 논의를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장애와 상관없이 함께하는 일터를 만들어 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왓바회』 와 ‘왓빵’ 이야기 1)

장애가 있는 사람은 산 속의 시설에 격리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여겼던 1971년 일본. 젊은 장애인 1명과 수용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비장애인 2명이 장애와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 하는 세상을 꿈꾸며 공동생활을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오래된 목조 아파트에 골판지 가공과 인쇄 일을 하는 공동작업소도 만들었다. 이렇게 함께 생활하며 장애인의 탈시설 투쟁, 장애를 가진 노동자를 탄압하는 기업에 대한 투쟁을 이어갔다. 그리고 공동생활과 공동사업을 위한 나고야시 토지 임대투쟁 끝에 1977년, 나고야시의 지원을 받아 「후쿠에 공동작업소」를 개소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골판지 일은 크게 줄어들었고, 이들도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스텝 중 한 명이 빵 공장에서 반 년 간 무급 견습생으로 일하며 제빵 기술을 익혔고, 1984년 공동작업소로는 전국 최초로 일본산 밀을 사용한 무첨가 빵을 만들었다. 부풀어 오르지 않는 등 시행착오를 반복한 끝에 빵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는 공생(共生: 더불어 살고), 공동(公働: 더불어 일하기)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데 큰 발판이 되었다. 


공동작업장의 조성과 『공동련』의 출범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장애운동이 시작된 것은 1970년대부터다. 1980년대에는 생활 자립 운동이 시작되면서 많은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보통의 일터에선 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전국 각지에서 사회로부터 배재당해 왔던 장애인을 중심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일하는 공동작업장이 만들어졌다. 

1984년 10월에는 각지에서 활동하던 공동작업장들이 장애인의 노동권 확립을 위해 『공동련(共同連, 장애인 차별과 싸우는 공동체 전국연합)』을 조직했다. 노동을 통한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목표로 활동하는 공동련은 ‘해고하지 않는다. 차별하지 않는다. 모두가 같이 살고, 같이 일하고, 자립할 수 있는 사회. 탈 복지적 취업으로 공동노동을 추진하자! 사회적사업소를 확장하자! 소외된 입장에서 공생사회를 실현하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일본 내 장애인 노동권과 관련한 여러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중간적 취업을 자리매김한 「생활곤궁 자립지원법」

일본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다. 하지만 사회 소외계층, 특히 중증장애인들이 일자리를 갖기란 쉽지 않다. 2000년대 이후에는 한국의 기초생활수급자라고 볼 수 있는 생활곤궁자 수가 다시 증가하면서, 사회적 배제와 빈곤 문제가 일본이 풀어야할 중요한 숙제로 대두되었다. 

이에 공동련 등이 중심이 되어 내놓은 해법은 사회적사업소 촉진법안 등을 통해 연대형 사회적기업을 육성함으로써 중증장애인을 포함한 사회 소외계층의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사회적사업소는 이탈리아의 사회적협동조합 등 유럽의 사회적경제 조직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그 원류는 일본 각지에서 1970년대부터 시작된 작업장 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왓바회처럼 장애가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더불어 일하며, 노동을 통해 사회적 자립을 이루자는 것이다. 2)

하지만 사회적사업소 육성을 위한 제도적 근거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고, 대신 2015년 「생활곤궁자 자립지원법(生活困窮者自立支援法)」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생활곤궁자에 대해 일반 취업과 복지적 취업 사이에 ‘중간적 취업’을 자리매김한 법이다. 중간적 취업이란 일반 노동 시장에서의 자율적인 노동(일반 취업)과 이른바 장애인의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법률에 근거한 취로이행지원사업(이른바 복지적 취업)과의 사이에 위치하는 취업 형태3)로, 일반 취업을 위한 지원도 이루어지는 훈련의 장4)으로도 볼 수 있다.

생활곤궁자 자립지원법의 목적은 단계적 지원이 전제된 취업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대상자가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상은 최근의 취업 경험이 부족한 사람, 법령에 의거한 장애인 등 ‘장래에 일반취업이 가능하다고 인정되지만 일반취업에 앞서 본인의 상황에 따른 유연한 근무 형태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자’다.  

자립훈련 모델은 ① 상담, ② 생활력과 사회력 향상, ③ 취업준비훈련, ④ 실제적인 취업 순으로 이루어지며, 실제적인 취업은 A형 사업장이, 취업준비훈련은 B형 사업장이 담당한다.5) 메이지학원대학의 요네자와 아키라 사회복지학과 준교수는 이 중 장애인과 근로계약을 맺고, 능력과 근무실적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A형 사업장을 지원형 사회적기업으로 보고 있다. 

「중간적 취업 모델사업 실시에 관한 지침」은 A형 사업장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① 기업의 목적으로서 생활곤궁자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고,지역 사회에 대한 공헌 등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 사업장
② 취업자 수에 점유하는 대상자의 비율이 일정 비율(대략 30% 이상)을 점유하는 사업소
③ 기타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고 있는 곳
   (1) 법인격 요건
   (2) 경영 능력에 대한 요건
   (3) 취업 지원 체제에 관한 요건
   (4) 대상자의 처우에 관한 요건
   (5) 정보의 공개에 대한 요건


사회적사업소에 대한 요구와 연대형 사회적기업

단계적 지원을 전제로 한 중간적 취업을 목표로 하는 생활곤궁자 자립지원법과는 달리 공동련 등이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소는 수직적인 복지 제도를 뛰어넘어 장애인 취업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사회적기업소라는 개념은 중증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 소외계층이 지속적으로 일하기 쉬운 직장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대두되었다. 

사회적사업소의 핵심은 ‘사람을 일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일을 사람에게 맞춘다.’는 방향성이다. 생산성만으로 노동의 가치를 평가할 순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가령 중증장애인의 생산성은 비장애인과는 비교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생산성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생산 활동에 참여하고 생활 보장을 지향하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非능력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공동련 등이 제안한 사회적사업소 촉진법안에 따르면 사회적사업소의 목적은 ‘취업이 곤란한 상태에 놓인 사람이 자신의 노동을 통해 사회에 참여함으로써 직업 생활의 풍요로움을 실감함과 동시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대등하게 공생 사회의 실현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법안에서 제시하는 사회적사업소의 기준은 대략 다음과 같다.

○ ‘취업이 곤란한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이 30% 이상이어야 한다.
○ 비즈니스 수법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이념을 실현하는 사업체이며, 제한된 배당 이후의 사업 이익은 사업에 재투자하거나 지역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 모든 업종에 속하는 사업 중 하나를 경영해야 하고, 그 사업으로 인한 수입이 총수입의 50% 이상이어야 한다.

운영방식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일하는 방식의 대등성’과 ‘당사자 참여’다. 이는 크게 세 가지 수준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먼저 의사 결정 수준이다. 모든 당사자는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즉, 취업이 곤란한 사람도 사업장의 경영 방침을 결정하는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 다음으로 생산 활동의 참여 수준이다. 사회적사업소에서는 일에 있어서 취업이 곤란한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모두 같은 입장(동료 관계)이라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보수 지급 수준이다. 이곳에서는 개인의 생산성을 기준으로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다. 취업이 곤란한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모두 비슷한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 

어떤 면에서 사회적사업소의 운영방식은 협동조합에 가깝다. 그래서 요네자와 아키라 준교수는 사회적사업소를 연대형 사회적기업이라 칭하기도 한다.   
 

장애와 상관없이 대등한 일터를 위해

생활곤궁자 자립지원법은 법 제정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회 소외계층의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기업 등을 통해 그들을 위한 일터부터 만들어야 하는데, 이 법은 사회 소외계층이 일하지 못하는 원인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며 취업훈련을 시키는 데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6)

지원을 받기 위해 중증장애인 등을 고용하는 일명 나쁜 A형 사업장이 등장하는 것도 문제다. 장애인 등 사회 소외계층에게는 제대로된 노동환경을 제공하지 않고, 국가의 보조금을 악용하는 것이다. 

반면 보호작업장 성격이 강한 B형 사업장들은 결과적으로 장애인 등 사회 소외계층을 자립이 가능한 제대로된 일자리에서 몰아낼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임금도 고용관계 증명도 없기 때문이다. 

장애와 상관없이 대등한 일터, 사회적사업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아직까지 사회적사업소 촉진법안 등의 제정에는 미온적인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가 있어도 없어도 더불어 일하며, 노동을 통해 그 누구도 사회에서 배제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일본 각지에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 이 기사는 ‘사회적기업의 사회문제 해결과 혁신’을 주제로 2017년 12월 1일(금)과 2일(토) 양일간 열린 「제7회 한일사회적기업 국제심포지움」의 주제발제 Ⅲ. 현대 일본의 노동통합형 사회적기업의 전개(요네지와 아키라 메이지학원대학 사회복지학과 준교수)와 주제발제 Ⅴ. 사회적사업소의 장애인 일자리 사업(사이토 겐조 NPO법인 공동련 사무국장/왓빠회 이사장)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1) 참고:「‘왓바’의 사회적사업소, 소외계층과 고리를 만들어 이어가다!」(함께걸음, 2016년 12월 15일자 기사)
www.cowalk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289
<영상인터뷰>① 일본의 장애인 노동공동체, 45년 왓바회의 역사가 말한다 (개미뉴스, 2016년 10월 31일자 기사) 
www.an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2
2) 일본에서 사회적사업소(社會的事業所)를 지향하는 운동은 크게 ① 공동련으로 대표되는 장애인 운동에서 태어난 움직임, ② 노숙자 등 사회적으로 배제 당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운동, ③ 일하는 사람들의 협동조합을 만들려는 운동 등 세 가지 조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기사에서는 장애인 운동에서 태어난 움직임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3) 후생노동부 2013
4) 사회보장심의회 2013
5) 참고:「일본 생활곤궁자 자립지원법 제정, 장애인 노동권 확보될까 관심」(함께걸음, 2014년 10월 6일자 기사) 
www.cowalk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934 
6) 참고:「일본 생활곤궁자 자립지원법 제정, 장애인 노동권 확보될까 관심」(함께걸음, 2014년 10월 6일자 기사) 
www.cowalk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934 

 

김푸르매, 오윤희(본지 기자) gracia0420@seconomy.co.kr

<저작권자 © S.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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