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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시장’이 되어버린 노인요양병원의 해법은?

기사승인 2019.04.26  10: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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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 속이 되어 버린 요양병원 
좋은 탐사보도는 수십 편의 논문보다 세상의 진실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다. 광주CBS에서 8월부터 보도하고 있는 “‘인간시장’으로 전락한 요양병원의 민낯” 연속기획보도는 노인요양병원의 현실을 다각도로 보여주고 있다.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을 등한시한 복지제도, 사회서비스제도의 도입이 다양한 불합리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공유자산을 파괴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개설자 개인의 양심에 기대는 서비스, 요양병원 허가 요건의 낮은 문턱, 영리적 보험회사의 실손보험, 건보공단과 심평원, 공무원의 안일한 감독의식이라는 여건을 바탕으로, 브로커의 횡행, 비도덕적인 서비스의 제공, 사무장병원으로의 전락, 과잉진료 및 리베이트 관행 등이 적나라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런 모든 문제는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에 가입한 건전한 개인들 전체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우게 된다. 현재 노인요양병원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국민 모두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비단 노인요양병원만 그럴까? 정부의 복지정책으로 100조 정도의 예산이 매년 편성되는 복지, 사회서비스정책 전반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신과 양심을 자발적으로 파는 아이러니
연속기획보도에서 범죄적 수준으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요양병원의 사무장이나 의사, 브로커들의 작태는 워낙 그런 사례를 많이 봐 왔기 때문에 크게 충격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요양병원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환자 1명 당 수백만 원에서 최대 천만 원까지 권리금을 줘야 하고, 그래서 환자 리베이트만 수억 원이 들어간다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권리금이 환자에게 귀속되어 있다는 사실은 요양병원이 ‘인간시장’이며, 환자 1명 당 최소 1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운영자에게 보장해 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환자에게 곰팡이가 슬은 빨대나 침구를 태연히 주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환자들이 스스로 자신을 판다는 것이다. 요양병원의 실태를 파악한 일부 암환자들은 요양병원에 입원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작당을 하여 직접 요양병원의 담당자에게 실손보험의 자기부담금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고, 한 달에 수십만 원의 현금을 받기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아픈 몸을 수익 창출의 도구로 사용하는, 도덕적 해이를 넘어선 사회적 자해가 이뤄지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이 노동자들의 노동소외 현상인데, 소비에서도 자기 소외가 나타나서 사회적 부하를 야기하는 것은 후기 자본주의의 새로운 문제라고 하겠다. 

‘작고 좋은’ 사회가 제거된 곳에 싹트는 도덕적 해이
기사에서는 입원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기 위해 입원하는 경우를 ‘사회적 입원’이라고 표현했다. 요양병원의 제도적 허점들이 사회적 입원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 때 ‘사회적’이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개인들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아 누구도 주체가 되지 못하는 거대사회를 일컫는 말이라 하겠다.
국가나 세계적 범위의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초국적기업과 같은 거대사회는 그들의 힘을 유지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서로 안면을 익힐 수 있는 작고 좋은 사회를 침범하고 약화시키고, 의미를 축소시키려 한다. 이 경우 작은 사회의 구성원들 간의 호혜, 평판 등으로 만들어지는 상식적 도덕성은 발휘되지 못하고, 거대사회의 제도적 허점을 악용하려는 합리적이지만 나쁜 개인을 양산하게 된다. 요양병원의 나쁜 환자들은 공급자들의 나쁜 행위를 거울로 반사하여 만들어진 존재들이다.
노인요양병원, 노인요양원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기사는 현상적인 나쁜 행위자로서 공급자와 소비자를 드러낸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런 행위를 촉발시킨 제도적 허점을 방치하고 있는 국가, 특히 보건복지부와 지방정부, 건강보험공단의 잘못된 제도설계에 책임이 있다. 그들은 ‘작고 좋은 사회’가 배제되는 방식으로 규정을 만들고 난 후, 국민들이 함께 만든 재원을 나눠주는 통로를 장악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감독만 할 뿐,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떠넘긴다.

국가복지 제도 속에 사회가 풍성해 지길
장기요양원과 요양병원은 복지와 의료사회서비스가 결합된 것이다.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의 한 형태로서 없는 것보다는 진일보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제도적 허점을 개선해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제도적 개선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포착해야 하는 것이 “제도 내에 작고 좋은 사회”가 둥지를 틀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공급자들이 사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의사결정과정에 의료소비자들이 참여할 수 있게 결사구조를 변경해야 한다. 의료소비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요양병원 전체의 수익구조와 개인의 수익구조가 연동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예산이 작동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수익을 제한해야 한다. 이런 3가지 착안점을 한꺼번에 충족시켜주는 조직모델이 바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다. 
하지만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초기 자본금을 확보하기 어려워, 대규모 시설이 필요한 요양병원 제도에 접근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경제기금의 활용, 보건복지부의 요양원, 요양병원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 이 글은 <협동조합네트워크> 75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김기태((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김기태) koala@seconomy.co.kr

<저작권자 © S.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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