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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사회적경제 2.0」 비전의 성공요건

기사승인 2019.06.27  10: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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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애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서울시가 지난 3월 14일 ‘서울시 사회적경제 2.0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의 새로운 청사진이 제시되었으며, 이로써 서울시의 사회적경제는 제3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제1기는 1997~2011년의 도입기, 제2기는 2012~2018년의 기반조성기). 이에 본지는서울시 사회적경제의 산실(産室)이라 할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이은애 센터장을 만나 그간의 활동성과와 향후의 발전방향에 대해 얘기를 들어보았다.

Q. 「서울시 사회적경제 2.0 추진계획」(이하「추진계획」) 발표와 함께 서울시 사회적경제가 제3기로 접어들었습니다. 3기에 대한 논의에 앞서, 우선 지난 6년간의 2기 활동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계신지, 성과는 무엇이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서울시 사회적경제가 지난 6, 7년 동안 보여준 중요한 성과라면 우선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양적 확대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삶의 문제들을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협동기업적 방식의 접목을 통해 해결해보고자 하는 시민들이 전보다 획기적으로 늘어났습니다. 특히 최근 은퇴하신 분들 중에는 인생 2막을 ‘돈’이 아니라 ‘가치’의 차원으로 접근하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기 인생을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풀어가려는 사람들이 대폭 늘어난 거죠. 과거에는 생각하기 힘들었던 일입니다. 그런 저변 확대가 우선적인 성과가 아닐까 싶고요. 또 하나는, 서울의 사회적경제 경험이 중앙정부의 정책 패러다임을 확실히 변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자활기업, 마을기업 등의 정책과 관련해서 기획재정부나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의 여러 정책 및 예산구조들을 상당히 많이 바꿔냈습니다. 마지막으로, 민관 거버넌스라는 개념을 실증한 것 역시 중요한 성과라고 봅니다. 그 결과 문재인정부 들어서 서울의 사회적경제 모델을 분석하는 흐름이 생긴 것 아닐까요?

그러한 성과들이 있었지만 아직 갈 길은 한참 먼 게 사실입니다. 사실 생산자의 증가 자체가 사회적경제의 발전은 아닙니다. 앞으로 시민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체감도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입니다. 두 번째 과제는, 첫째 과제와 연결되어 있는데요, 지금까지 생태계 조성이라는 취지로 시장을 만드는 데만 주력해왔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시민들과 공동의 관계를 형성하는 작업은 미흡했습니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을 우리가 동시에 만들어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이제 3기 「추진계획」에는 두 가지 키워드가 들어 있습니다. 하나는 시민들의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라는 차원에서 “시민의 생활 속으로”이고, 다른 하나는 생산자만의 영역이 아니라 이제 사회적경제의 가치가 시민들의 일상적 소비생활(공동구매든 마을에서의 서로돌봄이든)로 확대된다는 차원에서 “일상의 체험 속으로”입니다.


Q. 「추진계획」을 보면 “주민 중심 기업”이나 “지역의 사회적경제 사업단” 등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런 조직이 기업으로서의 자생력을 가지고 지속적인 활동을 해나가려면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까요?

요즘 법적 테두리 속의 사회적경제기업뿐 아니라 ‘비콥(B-Corp)’1) 이나 소셜벤처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는데요, 비콥과 우리 사회적경제기업 모두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이슈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맞고 있는 경제양극화 문제는 결국 민주적 장치가 없는 사적 소유에서 생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사회적경제가 고민하는 것이 일종의 소셜오너십(social ownership)입니다. 요즘 등장하는 시민자산화라는 개념도 그 중 하나입니다. 개인이나 기업이 혼자서 빌딩을 짓고 소유하고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시민투자자들이 사회적으로 소유함으로써 세입자들과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구조, 그래서 나중에 그 자산가치가 올랐을 때 이 자산에 대한 배당을 세입자들도 같이 나눌 수 있는 방안, 이런 것이 갖춰져야 시민자산이잖아요. 저는 주민 중심 기업이나 지역의 사업단 등이 유연하고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며 지속가능한 활동을 이어가려면, 자생력을 갖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논의와 함께 그러한 소셜오너십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제기되고 있는 사회적기업의 인증제/등록제 이슈에 대해 어떤 견해이신가요? 더불어, 「추진계획」 과제로 제시된 “사회적 가치평가 시스템 구축”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궁금합니다. 

사회적기업의 등록제 전환 문제는 사실 사회적경제 진영의 요구를 정부에서 받아들인 측면이 큽니다. 사회적경제 진영에서 우리는 자율적 시민경제이니 이를 ‘인증’의 프레임에 가두지 말아달라는 요구가 있었고, 이 요구에 따라 정부에서는 인증 대신 ‘등록’의 방식을 고민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이에 대해 민간 차원에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아직 의견들이 제각각인 것이죠. 정부에서는 등록제가 ‘소득주도 성장’이나 ‘포용경제’에서 전향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책의 하나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현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사회적기업이 등록제가 돼서 각종 인센티브나 매력이 사라질 경우, 누가 반응을 할까요? 이미 중소기업벤처부에서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굳이 사회적기업으로 오려고 할까요? 온다면 어떤 메리트 때문에 오게 될까요? 진입 장벽 완화와 자율성 확대라는 측면에서 등록제 전환은 분명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하여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적경제 주체들 역시 우리가 왜 사회적경제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 어떤 사회적경제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요.    

사회적 가치평가 시스템은, 지금까지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부의 파트너십이 대체로 ‘고용창출’에 비례하는 재정지원이었다면, 앞으로는 그간 고용창출에 의해 뒤로 밀렸던 다른 가치들, 공동체 편익을 위한 다양한 가치 창출까지 그 범위를 넓혀보자는 취지입니다. 사회적경제가 그러한 사회적 가치 창출의 주체로 가자는 것이지요. 다만 그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평가의 주체에서부터 그 방식까지, 좀 더 정교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할 겁니다. 

현장의 대표들과 함께 「2019 서울시 사회적경제 2.0 비전 선포식」에 참여한 이은애 센터장(왼쪽)

Q. ‘혁신’ 못지않게 중요한 사회적경제의 핵심 가치는 ‘연대’라고 생각하는데요. 현재 사회적경제 조직은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자활기업, 마을기업 등 부문으로 나뉘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처 간 칸막이가 사회적경제 조직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사회적경제 조직 간 연대를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오랫동안 제기되었고요.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사회적경제가 부문협의회 방식으로 오면 안 되는 거였구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에 요구되는 여러 미션별 조직이 있어야 되는데, 사회적기업은 사회적기업대로, 자활기업은 자활기업대로 각자의 영역이랄까 정체성을 고수하는 측면이 크거든요. 그러다보니 넓은 의미의 동질감은 있으나, 실질적인 연대의 고리는 취약합니다. 아마도 발생과정에서부터 민간의 주체적 역량에 기반을 두었다기보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반응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러한 역관계를 새롭게 재편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혁신적인 사회문제 해결은 점점 더 멀어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부문의 문제와 더불어 우리 안의 뿌리 깊은 ‘자영업자 마인드’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공정무역 분야에서 창업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보면 대부분 성공 모델을 따라 남이 하는 대로 나도 한다는 식이에요. A 공정무역단체가 네팔에서 커피원두를 수입해서 성과를 내면, B 공정무역단체는 동티모르에서 원두를 수입해서 사업을 합니다. 조금 다르게 접근하는 쪽은 품목을 바꿉니다. 남들은 커피를 하니까 나는 초콜릿을 한다는 식이로 말이죠. 그렇게 움직이는 공정무역단체가 지금 쉰 곳이 넘을 거예요. 하지만 이런 방식만 고수한다면, 각 단체의 경쟁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점은 인정하지만) 운영에 있어서는 공정무역단체와 일반기업의 차이를 찾기 어려울 거라고 봐요. 연대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경제가 그렇게 흘러가서 될까요? 저는 때로, 이렇게 각자가 모두 자영업자 식으로 나설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연구해서 그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되, 그 가치사슬의 과정을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서로 나누어 맡으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다시 공정무역을 예로 들면, 국제 생산자들과의 연대를 잘 하는 조직은 그런 네트워크를 담당하고, 상품 개발이나 유통을 잘 하는 조직은 개발 및 유통을 담당하는 식으로요. 그렇게 결합을 해서 그 전체를 아우르는 공정무역의 울타리 브랜드를 하나 씌우는 겁니다. 

‘우리 안의 적폐’를 깨고 이런 식의 재편을 이루어야 사회적경제의 강점이 더 잘 발휘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Q. ‘끝으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사회적경제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 주십시오. 

역시 혁신은 직선으로 발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상승했다가 좀 가라앉았다가 하는 궤적을 보이는 것 같아요. 우리의 사회적경제도 초기에는 ‘요구운동’으로 시작되었잖아요. 다른 시민운동과 마찬가지로 사회적경제도, 요구의 단계에서는 활발한 학습능력을 발휘해서 좋은 모델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그 요구가 수용된 이후의 단계에서는 다소 우왕좌왕하는 모습, 준비가 덜 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주택, 도시재생, 커뮤니티 케어 등의 분야에서 사회적경제만의 확실한 솔루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사회적경제에 대한 기대치도 좀 낮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만큼 우리의 준비 정도가 미흡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요구 단계 이후까지도 더 깊이 고민하고 준비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이제 사회적경제가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우리 스스로 문제해결력을 높여야 한다고 봅니다. 더 이상 정치권에 요구하거나 하지 말고, 우리의 길을 우리가 스스로 만들려는 노력, 그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어요. 그래도 그런 방향을 잡고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단순 이익(Profit)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과 달리, 기업 활동에서 환경 혹은 사회적 가치(Benefit)를 중시하는 기업들을 가리킨다. 탐욕적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서 2007년 미국에서 시작된 일종의 기업문화 운동이며, 국내에서는 트리플래닛 등 10여 개 기업이 비콥 인증을 받고 활동하고 있다. - 편집자 주

일시  2019년 4월 4일 오후 2시   장소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인터뷰·글 김인수(본지 편집인)     사진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김인수 편집장 byoulbobae@seconomy.co.kr

<저작권자 © S.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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